나의 첫 작품을 그대에게 | moby sweater man


🧶 moby sweater man ver. @petiteknit
Size 2XL

🧵 Gilliatt (47 Delphinium) (약 750g 소요)

🪡 니트프로 진저
6mm (main) / 5mm (body rib) / 4.5mm (neck, sleeves rib)


아직 뜨개 왕초보인 나.
첫 캐스팅을 했던 목도리조차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어느 날 히요정님 유튜브를 보다가 모비 스웨터를 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껍고 케이블 무늬가 가득한 스웨터는 사실 내 체형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스웨터는 남편을 위한 선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이 늘 말하듯 나는 추진력 하나는 빠른 편이다. 마음을 먹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도안과 실을 결제했다. 준비가 충분했는지, 실력이 따라줄지 같은 고민은 이미 뒤로 밀려 있었다.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으로 첫 작품에 도전했다.


연한 배경 위에 놓인 네이비 컬러 케이블 니트 스와치 세 장이 햇빛을 받아 질감과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난 모습.
햇살 아래에서 확인한 모비 스웨터 케이블 무늬 스와치들. 바늘 호수별 질감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게이지였다.
그전까지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메리야스 뜨기뿐이었고, 케이블 무늬는 거의 처음이었다. 도안 기호를 해석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한 단 한 단 긴장하며 뜨다 보니 속도는 더뎠고, 작은 실수에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시 나는 15개월 아기를 가정보육 중이었다. 뜨개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낮잠 시간과 육퇴 이후뿐. 하루 한두 시간이 전부였다. 게이지 하나 내는 데도 며칠이 걸렸다. 원작에서는 4mm 바늘을 권장했지만, 내 손땀으로는 너무 조밀했다. 5mm로 바꿔보고, 결국 6mm까지 올려서야 만족스러운 밀도가 나왔다. 바늘 호수 결정에만 4~5일이 걸렸다. 초보에게 게이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몸으로 배웠다.


화이트 테이블 위에 놓인 네이비 컬러 케이블 니트 편물과 엉켜 있는 실, 분홍색 바늘 마개가 꽂힌 니트 바늘, 초록색 스티치 마커가 보이는 작업 중인 모습.
케이블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비 스웨터 뒷판 진행 사진. 스티치 마커로 구간을 나누어 작업 중이다.

Co: 2025.11.26

모비 스웨터는 탑다운 방식으로 뒷판부터 시작한다. 유튜브로 전체 구조는 미리 공부해두었기에, 나는 무늬와 경사 뜨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현실은 푸르시오의 연속이었다. 틀리면 풀고, 다시 뜨고, 또 풀고. 편물은 자꾸 제자리걸음 같았지만, 손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이보리 테이블 위에 펼쳐진 네이비 케이블 니트 편물과 원형 바늘, 초록색과 노란색 스티치 마커가 꽂혀 있는 작업 중인 스웨터 조각.
굵은 케이블 무늬가 돋보이는 모비 스웨터 상단 부분. 스티치 마커로 구간을 나누어 어깨 라인을 정리하는 단계.

체크무늬 스웨터를 입은 남성이 작업 중인 네이비 니트 편물을 어깨에 걸쳐 사이즈를 가늠해보는 모습. 눈 부분은 검은 박스로 가려져 있고, 어깨 라인에는 노란색 스티치 마커가 꽂혀 있다.
어깨에 걸쳐보며 전체 폭을 확인하는 중. 생각보다 넓은 체격에 잠시 당황했던 순간.

어깨를 연결하고 남편에게 한 번 입혀보던 날, 그의 체격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이 넓은 면적을 정말 내가 다 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앞판을 차분히 이어갔다. 무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손의 힘도 자연스럽게 조절되었다. 내가 뜨개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의 어깨 부분을 푸르시오한 모습으로, 실이 여러 가닥으로 풀려 늘어져 있고 바늘과 분홍색 바늘 마개가 보인다.
잘못된 무늬를 수정하기 위해 과감하게 되돌린 어깨 부분. 케이블 사이로 풀린 실들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

하지만 앞판과 뒷판을 연결하려던 순간, 뒷판의 무늬 오류가 눈에 들어왔다. 여러 군데였다. 고민 끝에 부분 푸르시오를 선택했고, 며칠에 걸쳐 하나씩 고쳐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지만, 적어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상태로는 만들고 싶었다.

네이비 케이블 니트 편물의 어깨 부분을 코바늘로 한 코씩 주워 정리하는 모습.
풀어버린 단을 다시 살려내는 시간. 코바늘로 한 코씩 천천히 복구 중.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 몸통을 완성한 상태로 남성이 착용해 핏을 확인하는 모습. 소매는 아직 연결되지 않은 상태다.
드디어 몸통 완성. 소매를 뜨기 전, 전체 길이와 폭을 먼저 체크해본 순간.
화이트 테이블 위에 펼쳐진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 몸통과 완성된 소매 한 짝이 겹쳐 놓여 있으며, 반대쪽 소매를 뜨기 위해 코를 주울 부분에 스티치 마커가 꽂혀 있다.
소매 한쪽은 완성, 이제 반대쪽 코 주울 차례. 끝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몸통 고무단에 도달했을 때는 솔직히 많이 지쳤다. 하지만 아직 소매가 남아 있었다. 한 짝을 완성하고 나니 또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대쪽 소매를 뜰 때는 왜 팔이 두 개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묵묵히 이어갔다. 여기까지 왔는데 멈출 수는 없었다.


네이비 컬러 케이블 니트 스웨터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으며, 목 고무단까지 완성된 상태로 소매가 몸통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목 고무단까지 마무리 완료. 이제 정말 완성에 가까워진 순간.

목 고무단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푸르시오를 반복한 뒤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런데 남편이 입다가 머리가 낀 순간, 현실을 직시했다. 결국 목 부분을 다시 손봤지만, 더 이상 완벽을 욕심내지는 않았다.

노란색 대야에 물을 받아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를 담가 손세탁 중인 모습.
완성 후 첫 물세탁. 조심스럽게 담가 형태를 안정시키는 중.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를 바닥 매트 위에 펼쳐 핀으로 고정하며 블로킹 중인 모습.
물기 제거 후 평평하게 펼쳐 블로킹 완료. 이제 말리기만 남았다.

유튜브에서 배운 대로 세탁하고, 블로킹을 거쳐 형태를 잡았다. 물을 먹은 편물이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완성’이 실감 났다.


Fo: 2026.02.03

야외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네이비 케이블 니트를 입은 남성.
첫 작품,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을 니트.
야외 카페 의자에 앉아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를 입고 햇빛을 가리는 모습.
햇빛 아래에서 더 선명해지는 케이블 패턴.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를 입고 건물 앞을 걷는 남성의 전신 모습.
청바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겨울 니트.
야외에서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를 입은 남성의 뒷모습.
앞만 예쁜 게 아니다. 뒤태까지 완성.

이 작품은 완벽해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완성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왕초보가 도전한 케이블 스웨터, 수많은 실수와 푸르시오, 육아 사이에서 쪼개 쓴 시간들. 그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옷이다.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를 입은 남성이 실내 공간에서 걸어오는 모습.
완성 후 첫 외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 확인.
네이비 케이블 니트 스웨터를 입은 남성이 아이와 마주 보며 두 손을 들고 있는 모습.
따뜻한 니트와 따뜻한 시간.
차를 운전하는 남성의 뒷모습으로, 네이비 케이블 니트 등판이 보인다.
앉아 있을 때도 흐트러지지 않는 핏.

모비 스웨터는 단순한 니트 작품이 아니라, 나의 첫 완성 스웨터이자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앞으로 더 많은 실패와 도전이 있겠지만, 이 첫 작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나의 첫 작품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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