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피어난 거품 | soap bag

정신없이 육아와 집안일, 그리고 뜨개까지 병행하다 보니 블로그를 한동안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사진은 차곡차곡 쌓여가는데 정작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밀린 작품들이 꽤 많아졌다. 이제 하나씩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평소 가장 좋아하는 뜨개 유튜버인 히요정님의 첫 번째 도안, soap bag이다.

평소 영상을 보면서 새로운 기법도 많이 배우고, 뜨개에 대한 동기부여도 정말 많이 받았던 크리에이터였는데 드디어 첫 도안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구매하게 되었다.


🧶 soap bag(소프백) @gioco.project

🧵 다루마 튜브 1번 4볼, 리네아 한지면 102번 1볼

🪡 튤립 모사용 6호, 5호


히요정 첫 도안, 오픈과 동시에 구매한 이유

평소라면 도안 가격도 한참 고민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좋아하는 크리에이터가 처음으로 출시하는 도안이라는 의미가 컸고, 나중에 “그때 살걸” 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판매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바로 구매를 완료했다.

히요정 soap bag 키트 구매 주문 내역이 표시된 화면
오픈하자마자 바로 구매한 키트

솔직히 작은 가방 하나를 만들기 위한 키트 가격이 7만 원대라는 점은 잠깐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도안을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고, 구성품이 궁금하기도 해서 결국 키트까지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이 꽤 만족스러웠다.


기대 이상이었던 뜨개 키트 구성

상자 안에 튜브사와 부자재가 가지런히 담긴 소프백 키트 구성
정성스러웠던 키트 구성품

택배를 받아 박스를 열어보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실과 부자재를 그냥 담아 보낸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신경 써서 준비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포장 상태도 깔끔했고 구성품도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배송을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지만, 직접 받아보니 왜 키트로 판매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받기 전까지는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런 디테일 역시 키트의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바늘 초보의 본격적인 도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 히요정님의 제작 브이로그를 틀어놓았다. 도안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함께 보면서 뜨니까 괜히 더 즐거웠다.

흰색 튜브사와 배색 무늬로 가방 몸통을 뜨고 있는 모습
생각보다 어려웠던 튜브사 첫 도전

나는 대바늘은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코바늘은 아직 초보에 가깝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특히 이번에 처음 사용해 본 튜브사는 적응하는 시간이 꽤 필요했다. 처음에는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고 코를 일정하게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작업하다 보니 손가락도 아프고 손목에도 피로가 느껴졌다. 튜브사의 특성 때문인지 손의 열이 전달되면서 실이 아주 살짝 끈적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실이 녹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래 작업할수록 조금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중간중간 쉬어가며 작업했다. 그래도 적응하고 나니 독특한 질감 덕분에 뜨는 재미가 상당했다.


몸통이 완성될수록 더욱 기대됐던 소프백

몸통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서부터는 손이 아픈 것도 잊어버렸다. 튜브사 특유의 몽글몽글한 질감과 입체적인 무늬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흰색 튜브사와 배색 무늬가 들어간 가방 몸통 편물
몸통만 완성해도 너무 예뻤던 편물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가 훨씬 예뻤고 볼륨감도 살아 있어서 계속 만져보고 싶어지는 편물이었다. 왜 이 작품에 이 실을 선택했는지 직접 떠보니 이해가 됐다. 도안을 보면서 뜰 때는 단순한 무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입체감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완성된 모습이 더욱 기대됐다.


목공풀로 꼬리실 정리한 후기

편물 뒤쪽에서 배색실이 살짝 보이는 부분이 계속 신경 쓰였다. 그래서 실을 살짝 안쪽으로 숨긴 뒤 목공풀을 아주 소량 발라 고정해 보았다.

흰색 뜨개 편물 위에서 목공풀을 이용해 배색실을 고정하는 모습
목공풀을 활용해 배색실을 깔끔하게 정리

다음날 확인해 보니 본드는 투명하게 잘 마른 상태였고 흔적도 거의 남지 않았다. 고정력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꼬리실을 정리할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실을 정리한 뒤 목공풀을 아주 조금만 발라 마무리했는데 훨씬 깔끔하게 고정되었다. 물론 자주 세탁하는 의류에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가방이나 소품처럼 세탁 빈도가 적은 작품이라면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도전한 지퍼 달기

지퍼를 달기 위해 뜨개 가방 옆선을 정리하는 모습
지퍼를 달기 위해 옆선을 정리하는 과정

도안대로 옆선을 먼저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했다.

흰색 뜨개 가방에 지퍼를 달고 있는 모습
처음 도전한 지퍼 달기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가장 긴장됐던 작업인 지퍼 달기에 도전했다. 뜨개를 시작한 뒤 처음 해보는 작업이 정말 많아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바느질만으로 고정하려고 했는데 작업을 진행할수록 실이 계속 당겨졌다. 괜히 편물이 늘어나거나 뜯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결국 여기에서도 목공풀의 도움을 받았다. 먼저 아주 살짝 고정한 뒤 바느질을 시작하니 위치도 흔들리지 않고 훨씬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치고는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직링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동그란 옆판도 직접 떠야 했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매직링이었다. 영상도 여러 번 찾아보고 따라 했지만 처음에는 계속 실패했다. 풀고 다시 뜨기를 정말 여러 번 반복했다. 코바늘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구간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손이 조금씩 익기 시작했다.

옆판과 가방끈까지 모두 완성한 뒤 마지막 연결 작업으로 넘어갔다.


평면이 가방이 되는 마지막 연결 작업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안일을 모두 끝낸 뒤 조용한 시간에 연결 작업을 시작했다.

원형 옆판을 고정핀으로 고정한 뒤 연결을 준비하는 모습
매직링으로 뜬 옆판 연결 전

돗바늘로 하나씩 연결하는 작업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하지만 평면이었던 편물이 조금씩 입체적인 가방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한 땀 한 땀 연결할수록 가방의 형태가 살아났고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뿌듯함도 커졌다. 뜨개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마지막 순간의 즐거움을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소프백 완성 후기

드디어 완성했다.

흰색 튜브사로 완성된 소프백 완성 사진
히요정님의 첫 도안을 완성한 순간

완성된 모습을 보니 사진도 정말 예쁘게 나오고 디자인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팬심으로 구매했던 도안이었지만 결과물까지 만족스러워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직접 만들어 보니 왜 많은 분들이 기다렸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작품이었다.

흰색 뜨개 숄더백을 착용한 거울 셀카
실제 착용했을 때의 핏

다만 내돈내산 기준으로 솔직한 후기를 남기자면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평소 피부가 예민하거나 까슬거리는 소재를 잘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기본 키트 그대로 제작하는 것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원래도 따가운 니트를 거의 입지 못하는 편인데 이 가방 역시 어깨에 메면 생각보다 까슬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면 같은 도안을 활용하면서 조금 더 부드러운 실로 변경해서 떠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흰색 뜨개 숄더백과 노란 곰돌이 키링을 착용한 모습
실제 착용했을 때의 옆모습

그럼에도 도안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코바늘 초보인 나도 차근차근 따라가며 완성할 수 있었고,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에도 좋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좋아했던 크리에이터의 첫 도안을 직접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소프백 완성 디테일
완성된 소프백과 키링을 함께 촬영한 디테일 사진이다.
흰색 뜨개 가방과 노란 곰돌이 키링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모습
곰돌이 키링과 함께한 소프백

앞으로도 시간이 지나 이 가방을 볼 때마다 처음 매직링을 배우며 헤매던 순간과 하나씩 완성되어 가던 과정이 함께 떠오를 것 같다. 오랜만에 뜨개를 하면서 결과물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코바늘을 배우고 있는 분들이라면 조금 어렵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도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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