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NTAGE COWICHAN for dogs @gmool.work
Size L
🧵 낙양모사 아임울4 (104, 123)
바탕색 약 100g / 배색 약 20g 소요
🪡 니트프로 진저 4.5mm (main) / 4mm (rib)
무늬 스웨터를 뜨다가, 전에 뜨던 메리야스 패턴 민무늬 목도리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이 잘 나가지 않았다. 끝없이 반복되는 메리야스 뜨기는 어느 순간부터 성취감보다 지루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단순한 반복 작업이 주는 안정감도 분명 있지만, 그날의 나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배색 뜨개로 시선이 옮겨갔다. 색이 바뀌고, 무늬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는 작업. 그 변화가 주는 재미가 그리웠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사람용 빈티지 코위찬 스웨터를 떠보고 싶었다. 코위찬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질감, 그리고 레트로한 패턴이 주는 존재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키지가 단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바로 강아지용 코위찬 패턴이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니트를 입혀보고 싶은 작은 몸이 있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스와치, 그리고 텐션 조절의 시작

게이지 확인과 배색 연습을 위해 스와치부터 진행했다. 배색 뜨개는 처음이라 긴장감이 컸고, 예상대로 초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는 평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 실을 꽉 잡고 뜨는데, 그 영향으로 배색 무늬가 바탕색에 묻히고 형태가 흐트러졌다. 실이 당겨지면서 패턴이 찌그러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텐션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실을 거는 손, 바늘을 움직이는 손 모두에서 힘을 빼고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그 결과, 스와치 상단으로 갈수록 무늬가 훨씬 또렷해졌고 배색 대비도 살아났다.
뜨개에서 ‘힘을 빼는 것’이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결과물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걸 체감한 순간이었다.
Co: 2026.02.13

케스트온 이후 작업 속도는 빠르게 붙었다. 강아지 옷이라는 특성상 사이즈가 작아 진행이 빠른 것도 있었지만, 배색이 주는 재미가 가장 컸다.
색이 바뀌는 순간마다 새로운 패턴이 나타나고, 그 흐름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느낌. 단순히 뜨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특히 텐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시작하면서 손목 부담도 확실히 줄었다. 이전에는 힘으로 버티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에는 리듬을 타는 작업에 가까웠다.
등판 완성, 그리고 몰입의 시간

삼일 만에 등판을 완성했다. 실제 작업 시간은 하루 3~4시간 정도로 제한적이었지만, 집중도는 그 이상이었다.
육아 중이라 온전히 취미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오히려 그 제한된 시간이 더 밀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깊이 몰입하는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배색 패턴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는 점에서 계속 손이 가는 작업이었다. 단순 반복이 아닌 변화가 있는 작업은 확실히 몰입도를 높인다.

합체와 고무단, 텐션의 균형

등판과 배판을 연결하고 고무단 작업에 들어갔다. 코를 줍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완성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다.
고무단은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시 텐션을 조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구간별로 텐션을 다르게 가져가는 감각을 익히게 되었다.
전체는 느슨하게, 마감은 탄탄하게. 이 균형이 니트의 완성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걸 체감했다.

중간 피팅에서는 사이즈가 정확하게 맞았다. 작은 몸에 맞게 설계된 니트가 자연스럽게 감기는 모습을 보니 작업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실 정리, 세탁, 블로킹

배색 뜨개의 마지막 단계는 실 정리다. 안쪽에 남은 실들을 정리하는 작업은 시간이 걸리지만, 완성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겉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정리하는 과정이 결과물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세탁 후 블로킹을 진행하니 니트의 조직이 한층 안정되었고, 배색 대비도 더 선명해졌다. 형태를 잡아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전체 실루엣이 정돈되면서 완성도가 확실히 올라갔다.
Fo: 2026.02.18
완성 소감





이번 작업은 단순한 강아지 옷 제작을 넘어, 뜨개 방식 자체를 다시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힘을 빼는 법, 텐션을 조절하는 감각, 배색이 주는 즐거움까지. 여러 요소가 동시에 정리된 프로젝트였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집중해서 무언가를 완성해내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준다.
작은 몸에 겨울을 입히는 일.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시간과 감정이 함께 쌓인 결과물이다.
이번 작업을 계기로, 다음에는 조금 더 다양한 컬러 조합과 패턴으로 확장해볼 계획이다. 배색의 가능성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그 안에서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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